<p></p><br /><br />미성년자에게 술을 팔면 업주는 과태료나 행정 처분을 받습니다. <br> <br>그런데, 청소년들이 신분증을 도용하거나 위조하면, 가려내기가 매우 어려운데요. <br> <br>이런 미성년자 때문에 상인들의 피해가 특히 크다고 합니다. <br> <br>박건영 기자의 '더깊은 뉴스'입니다.<br><br>[리포트]<br>[독립 다큐 영화: 지호네 가게] <br><br>"빨리 신고해!" <br>"한번 신고해봐." <br>"그런데 어떻게 하냐. 우리 청소년인데." <br><br>[신분증 사기에 우는 자영업자들]<br><br> 3년째 주점을 운영 중인 김모 씨. <br> <br> 다음 달 내내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몰라, 애만 태우고 있습니다. <br> <br>발단은 지난해 7월. <br> <br>만취한 손님 한 명이 빈 소주병을 갑자기 유리창으로 집어 던졌습니다. <br> <br>[김모 씨 / 'ㅅ' 주점 영업주] <br>"유리가 심하게 파손돼서. 그 당시에 손님들이 밖에 테이블에 있었거든요. 거기에 술병을 던져서. 크게 다쳤을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죠." <br> <br>하지만 이런 일을 저지른 손님은 너무나 당당했습니다. <br> <br>[김모 씨 / 'ㅅ' 가게 영업주] <br>"자기는 사고를 쳐도 별문제가 없다. 그래서 바로 신고를 했죠. 경찰이 3명 다 확인을 했는데 다 타인 신분증이었다고. (그때서야) 청소년인 걸 알게 됐죠." <br><br>신분증 검사를 철저히 해왔다고 자부했지만, 비슷한 외모의 어른 신분증을 내민 청소년에겐 속수무책이었습니다. <br><br>현행법에선 미성년자에게 술을 팔면, 업주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합니다. <br> <br>관할 지자체는 영업 정지부터 업장 폐쇄 같은 행정 조치를 별도로 내립니다. <br><br>김씨는 청소년들의 신분증 도용이 일부 인정돼 형사처벌은 면했지만, 영업 정지는 피할 수 없는 상황. <br> <br>그런데 정작 타인의 신분증을 도용한 청소년들은 아무 처벌도 받지 않았습니다. <br> <br>[조인선 / 변호사] <br>“초범이고 국민 정서상 성년에 가까운 청소년이 음주를 했을 경우에는 흔히 얘기하는 훈방조치라고 하죠. 기소 유예나 아주 약한 벌금 구약식 정도가 되고 있죠.“ <br> <br>일부 청소년들은 이런 점을 악용하고 있습니다. <br> <br>공짜 술을 먹거나 업주를 협박할 요량으로, '신고 자작극'을 벌이는 겁니다. <br><br>미성년자에게 술을 팔다 적발된 업소의 70% 이상은 청소년들의 '신고 자작극'이었습니다. <br><br>하지만 작정하고 신분증을 속이는 청소년들을 영세한 업주들이 가려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. <br><br>청소년들이 즐겨 찾는 인터넷 카페. <br> <br>성인 신분증을 사고판다는 글들이 버젓이 올라와 있습니다. <br> <br>훔쳤거나 길에서 주운 주민등록증과 운전면허증이 주 거래 대상. <br><br>거래가 성사되면, 한 장에 2만 원에서 5만 원 가량이 즉석에서 오갑니다. <br> <br>[고등학교 2학년생] <br>"(주민증은 어떻게 사요?) 얼굴 조금 비슷하다 싶으면 선배 (주)민증을 사 가지고 단체로 (술을) 마시는 거예요.“ <br> <br>[고등학교 3학년생] <br>"페이스북 같은 데 글을 올려요. ‘(주민)증 살 사람. 댓글로 필요한 애들, 담배 피우는 애들이나 그런 애들이 사요.“ <br> <br> 신분증 검사를 허술하게 하는 술집이나 편의점 명단도 공공연하게 공유됩니다. <br> <br>[고등학교 3학년생] <br>"이름 있는 데 말고. ‘포장마차는 거의 안 뚫려요. 'XX 포차’ 그런 데는 무조건 (검사)하고. 가끔 안 하는데 있어요, 곱창집 같은 데. 가게 주인들이 연령대가 높으시니까 (위조 신분증) 구분을 잘 못하세요.“ <br><br> 가짜 신분증을 가려내려는 업주들의 노력도 눈물겹습니다. <br> <br> 백만 원이 넘는 신분증 감별기를 울며 겨자 먹기로 설치하는 영세업주들이 갈수록 늘고 있습니다. <br> <br> 위조 신분증을 감별기에 넣자 곧바로 빨간 경고창이 뜹니다. <br> <br>[현장음] <br>"유효하지 않은 주민등록번호라고 뜨죠?" <br> <br>의심 가는 손님들에겐 지문 검사도 요구해야 합니다. <br> <br>[A씨 / ‘ㄷ’ 가게 영업주] <br>"화장하고 하다 보면 못 알아보고 하니까. 지문은 안 변하잖아요. 기분 나빠하는 사람들도 있고. 저희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죠." <br> <br> 하지만 여기에 한 술 더떠, 신분증 위조 시장까지 등장했습니다. <br> <br> 기자가 SNS를 통해 수소문하자, 10분 만에 위조 신분증 제조업자와 연락이 닿았습니다. <br> <br>이름과 사진만 보내주면 당일 배송도 가능하다는 메시지가 왔습니다. <br> <br>신분증 감별기까지 통과하는 정교한 위조 신분증은 10만 원까지 요구했습니다. <br><br>실제로 이렇게 제작된 가짜 신분증은 심각한 범죄로 이어졌습니다. <br> <br> 성인 신분증으로 수천만 원대 전자제품 사기를 친 10대가 지난해 부산에서 체포된 겁니다. <br><br>결국, 일부 청소년들의 사기 행각을 근절하기 위한 법체계 정비가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. <br> <br>[이윤호 / 동국대 경찰행정학 교수] <br>"(청소년들이) 신분증 위·변조라던가 도용하는 건 심각한 범죄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일깨워주기 위해서라도 그에 대한 처벌은 달게 받게 하는 선별적인 조치가 필요하겠죠.." <br> <br>채널 A 뉴스 박건영입니다. <br><br>박건영 기자 change@donga.com <br> <br>연출 이민경 <br>글·구성 고정화 김대원 <br>그래픽 김승훈